스포츠 교류를 통해 남과 북이 평화의 길을 찾고 있다. 스포츠가 남북평화의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여자 아이스하키, 여자 농구에 이어 최근 남자 핸드볼이 사상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여자 농구 단일팀 코치였던 한세대 하숙례 교수가 단일팀의 역사적인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서울에서 평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까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70일간의 남북단일팀 스토리가 스포츠서울을 통해 전격 공개된다.
<편집자주>
평양순항공항에서 상급생들과(김한별선수,이문규감독,임영희선수,곽주영선수).
여자 농구 대표팀 코치로 맡고 소집된 뒤 걱정이 앞섰다. 존스컵대회, 아시안게임, 세계 농구월드컵 본선 등 1년에 한 번 하기도 힘든 중요한 대회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말 대표팀 소집 3일째 되던 날 그 걱정을 날려버릴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통일농구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평양으로 떠나기 전까지 실감은 나지 않았다. 출발을 얼마 남기지 않은 날 유니폼, 경기에 대한 준비물, 친선·혼합경기 방식 등에 대한 논의와 준비를 하며 ‘아 평양에 진짜 가는구나’라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통일농구는 교류의 큰 틀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를 지진 친선경기로 화합과 평화에 포커스를 맞췄기에 승패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지난해 7월 3일 드디어 생애 첫 평양 방문을 위해 군용기를 탔다. 처음으로 북측 선수들을 만나러 가는 날 이른 새벽 6시 동트는 것을 보며 진천 선수촌을 출발했다. 그런데 서울공항에 도착해보니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민간 항공기가 아닌 군용기였다.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헌병과 탐지기 등 군대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만 보여 더 긴장하게 됐다. 두 시간쯤 기다렸을까, 나눠준 평양 방문증을 받았다. 일주일 전에 인터넷으로 평양방문비자 발급을 위한 교육을 받고, 신청 발급해둔 것이다. 개인 휴대폰은 가져갈 수 없는 물품이어서 모두 수거했다. 군용기에 몸을 싣기 전에 짧은 안전수칙을 숙지한 후 귀마개를 했고, 드디어 군용기는 굉음을 내며 이륙했다.
옥류관에서의 노을진대동강을 배경 삼아 기념촬영.
1시간 만에 도착한 평양공항, 서울에서 평양까지 겨우 1시간의 거리인데 실제로 이렇게 갈 수 있게 되기까지 수 년, 아니 수십 년이 걸렸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찡해졌다. 평양공항은 한국의 국내선과 같은 분위기였다. 짬을 내어 평양공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추억으로 남겼다. 사실 사진을 못 찍게 할 것이라고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어 조금 의아했다. 또 북한은 화폐로 달러를 쓴다는 것을 평양공항에 도착해 처음 알았다. 남녀대표팀 선수단을 모두 통틀어 평양 방문의 유경험자인 남자 농구대표팀의 허재 감독이 20달러를 주며 1.5달러 정도 하는 물을 3병 샀고, 거스름돈을 받으려는데 15달러라는 많은 거스름돈이 없어 다른 매장에 가서 모아 올 때까지 한참 기다렸다. 그러다 결국 물을 지불한 만큼 더 달라고 해서 돈에 맞춰 사는 해프닝도 있었다. 덕분에 탄산수인 금강산 물을 공항에서 맛보기도 했다.
고려호텔에서 본 평양시내
선수들은 공항에서 버스 4대에 나뉘어 탔다.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차도, 집도 드문드문하게 있는 허허벌판 길을 1시간쯤 달렸을까. 평양시내에 들어서면서 평양광장이 익숙한 듯 펼쳐졌다. 언론을 통해 본 평양의 모습 그대로였다. 공항 주변거리와 평양시내 거리가 너무나 달랐다. ‘이래서 평양시민권이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한 고려호텔에는 방문단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힘찬 박수로 환영의 길을 만들어줬다. 평양통일농구를 위한 평양방문의 의미가 몸소 느껴지는 순간이었고, 만감이 교차했다.
하숙례 여자농구 단일팀 코치·한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