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한세대 총학생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학생회 임원들과 함께 지난달 29일 학교 앞 식당을 찾아 점주에게 음료를 전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세대 총학생회 제공
“작은 박카스 한 상자를 안고 ‘모두 어려운 시기인데 줘야 할 사람이 도리어 받는다’며 어깨를 토닥이던 치킨집 사장님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한세대 총학생회장 박범준(신학과·4학년)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도 매일 캠퍼스에 등교한 몇 안 되는 학생이다. 오프라인 개강이 무기한 연기됐지만, 학생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는 일은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총학생회 임원들과 박카스를 들고 캠퍼스 인근 상점을 돌았다는 그는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위기의 시대엔 어려움이 있지만, 위로를 줄 수 있는 크리스천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게, 같은 마음으로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동역자가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음료를 들고 상점을 찾아 나서기로 한 건 지난 3월 고신대 신대원 원우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학교 주변 이웃을 위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경북 경산의 교회 청년들이 지역상권이 무너진 캠퍼스 앞 가게를 찾아 격려에 나섰다는 소식도 도전이 됐다(국민일보 4월 14일자 31면 참조).
총학생회 내 예배국 선교국 대외협력국 임원들이 중심이 돼 방문할 가게를 선정하고 동선을 짰다. 위로의 마음을 담은 음료를 들고 찾은 가게는 학교 앞 분식점, 카페 등 20여곳. 대부분 ‘음료수는 서비스’ ‘500~1000원 할인’ 등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을 식구처럼 챙겼던 가게다.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 나니 격려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이번엔 총학생회 대의원회 동아리연합회 회원들이 힘을 모았다. 캠퍼스 생활을 손꼽아 기다리는 2020년 새내기들을 위해서다. 이들은 지난 4일 학교에 모여 후배들을 위한 ‘웰컴 키트’를 손수 포장해 발송했다. 당초 학교안내 책자, 손세정제, 간식 등으로 구성할 예정이었던 키트는 학생들의 나눔활동 소식을 들은 교수들이 마스크를, 교직원들이 볼펜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더 풍성해졌다.
박씨는 “이 시대의 크리스천 청년들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세대 학생들의 모습이 또 다른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